[SF 용어 사전] '축퇴, 축퇴압, 축퇴로'란 무엇인가? 뜻과 개념 쉽게 이해하기
우주와 미래 기술을 다룬 SF 작품에서는 '축퇴', '축퇴압', '축퇴로'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합니다.
뭔가 줄어들고 후퇴하는 것 같은 느낌이긴 한데, 한자와 영어를 분석해 정확한 뜻을 함께 이해해 보겠습니다.
1. 축퇴 : 원자가 빼곡히 모인 '초 고밀도 물질'
- 줄일 축(縮)
- 물러날 퇴(退)
축퇴(縮退)는 원자나 입자들이 극도로 밀집된 상태를 말합니다.
보통 물질은 원자 주변을 전자가 돌아다니며 넓은 공간을 차지하지만, 극한의 압력이나 온도가 가해지면 전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집니다.
이때 전자들은 서로를 밀어내며 '축퇴물질(縮退物質, Degenerate Matter)'이라는 초밀도 상태를 만듭니다.
- Degenerate : 퇴화하다, 타락하다, 축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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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초고압의 환경에서 생성될 수 있는 축퇴물질. |
예를 들어 백색왜성이라는 별은 축퇴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.
태양만 한 항성의 질량이 지구만 한 행성의 크기로 압축된 것입니다.
그러면 천체는 스스로의 질량에 짓눌려, 마치 축구공 크기의 공에 산 한 덩어리를 쑤셔 넣은 것처럼 됩니다.
SF 작품에서 '축퇴탄'이나 '초고밀도 방어막'이라는 개념이 나온다면, 바로 이 축퇴물질을 활용한 기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.
2. 축퇴압 : 입자들의 '우리는 겹친 채로 존재할 수 없어!'라는 반발력
축퇴압(縮退壓, Degeneracy Pressure)은 축퇴물질이 외부 압력을 견디는 힘입니다.
보통 압력은 입자들이 움직이며 부딪힐 때 생기지만, 축퇴 상태에서는 전자들이 서로 같은 상태에 존재할 수 없다는 법칙(파울리 배타 원리) 때문에 생깁니다.
전자들이 "나는 여기 있을 거야!"라며 자신이 존재할 공간을 지켜내려고 버티는 것입니다.
이 힘이 너무 강해지면 별은 더 이상 수축하지 못하고 백색왜성으로 남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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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별이 붕괴되어 블랙홀로 변해버리는 것을 막아내려는 축퇴압. 만약 축퇴압이 중력을 이겨낸다면 별은 더이상 수축하지 못하고 백색왜성이 됩니다. |
만약 축퇴압마저 중력을 이기지 못하면 별은 붕괴되어 블랙홀이 됩니다.
SF에서는 이 압력을 이용해 초소형 에너지 코어나 항성급 엔진을 만들기도 합니다.
3. 축퇴로 :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까?
축퇴로(縮退爐, Singularity Drive, Degeneracy Drive)는 축퇴물질을 연료로 사용해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장치로, 현실 과학으로 치면 '핵융합로'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.
하지만 실제로 축퇴물질을 연료로 쓰려면 지구 전체 에너지를 모두 투입하더라도 극소량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기술이 필요합니다.
SF 작가들은 여기에 '영구기관'이나 '초광속 엔진' 같은 상상을 더해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듭니다.
만약 미래에 축퇴로가 실현된다면, 인류는 은하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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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건버스터가 가슴에서 뽑아낸 강철의 심장이 바로 '축퇴로'입니다. 별의 붕괴에 준하는 무시무시한 동력원, 축퇴압을 이용하는 초강력 엔진 '축퇴로'라는 설정은 애니메이션 '톱을 노려라!'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개념입니다. |
SF 컨텐츠와 독자의 수준은 사회와 과학의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
SF 컨텐츠의 풍부함은 충분한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용어조차도 생소한 분야이기에 그 사회의 과학적 수준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.
우리 모두 SF 작품들을 사랑하고 SF 창작물들을 생산하는 작가분들을 응원해 줍시다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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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"무한한 힘을 다루고, 언젠가는 시공간과 우주 그 자체를 주무르게 될 미래의 인류! 검은 태양을 쬐며 초차원의 틈을 걷는 신인류의 세대!" 상상만 해도 즐겁고 재미있는 이야기!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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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"He is awake. He bathes in the black sun." "그가 일어났습니다. 그는 검은 태양 속에서 목욕을 합니다." |






